영국의 구빈법(빈민법)의 역사 정리

영국은 빈민법 시대는 엘리자베스 1세가 빈민법을 제정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19세기 초까지 영국에서는 다양한 빈민법이 제정되어 영국 사회복지정책의 기틀을 마련해왔습니다. 본 포스팅은 이러한 영국의 빈민법 역사를 한눈에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앞선 포스팅에서 엘리자베스 빈민법과 정주법에 대해 다뤘습니다. 지금 포스팅은 그 이후 영국 빈민법의 변화를 알아보고자 합니다. 따라서 이전 포스팅을 보지 않으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통해 먼저 엘리자베스 빈민법과 정주법에 대해 숙지하고 오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사회복지정책의 역사, 엘리자베스 빈민법(구빈법) 정리

사회복지정책의 역사, 엘리자베스 빈민법(구빈법) 정리

우리는 앞선 포스팅을 통해 엘리자베스 구빈법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지금 다루려는 내용은 그 이후의 영국 빈민법의 변화입니다. 

 

작업장법(TheWorkhouse Act of 1696), 작업장심사법(The Workhouse Test Act of 1722)

우리는 엘리자베스 구빈법에서 노동능력이 있는 빈민과 없는 빈민으로 나눠서 처우를 한다고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노동능력이 있는 빈민에 경우 작업장에 일을 하는 조건으로 최소한의 지원을 해줬습니다. 이것을 좀 더 체계적으로 만든 것이 바로 '작업장법'입니다. 노동능력이 있는 빈민을 고용하여 구빈재정을 줄이고, 국가적인 부를 증대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빈민구호에 대한 재정 지출이 늘어나자 '작업장심사법'을 새로 제정하기에 이릅니다. 이 법은 빈민에 대한 통제가 더욱 심화되었습니다. 비용을 최대한으로 줄이기 위해 근로능력이 있는 빈민에 대한 원외구호를 없애고, 심사를 통해 근로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무조건 작업장에 강제 수용하도록 개정하였습니다. 

특히 이 후기로 갈수록 국가가 직접 운영하는 방식에서 민간 시설과의 계약을 통해 위탁을 하는 방식을 변모하였습니다. 늘어나는 재정을 축소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위탁이 쓰였기 때문에 민간 시설에는 최저관리비용만을 지불하였습니다. 당연히 그 시설에 종사하는 구빈감독관과 교회 집사들은 관리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빈민을 혹사시키기 시작했습니다.

노동을 착취 당하는 수준으로 작업장 내 생활은 혹독했고, 위생상황도 열악하여 많은 빈민들이 죽거나 병에 걸렸습니다. 이에 빈민들 중 노동을 거부하거나 도망치는 인원이 점차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결국 작업장은 인력 부족으로 구호되어야 할 병자나 노인까지도 노동에 투입시킴으로써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시켰습니다.

 

길버트법(The Relief of the Poor Act of 1782)

길버트법은 당시 영국의 하원의원이었던 토마스 길버트(Thomas Gibert)가 작업장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나타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주도적으로 제정한 법입니다. 당시 길버트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작업장들을 조사하여 인권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보다 인도적인 차원에서의 규제를 도입하기 위해 '길버트법'을 만들었습니다. 길버트법은 크게 두 가지의 내용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 근로능력이 있는 빈민이라도 바로 작업장에 강제 수용하지 않고 직업을 얻을 때까지 자신의 집에 거주하면서 원조를 받을 수 있도록 원외구제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둘째, 여러 교구가 연합체를 만들어 구빈세를 징수하고 그렇게 모인 재원을 함께 지출하게 하여 재원을 일원화했습니다. 이로인해 합동으로 구빈원 설립이 가능해졌고, 근로능력이 없는 빈민들을 구제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길버트법은 새로운 인도주의적 구빈제도라고 평가받았으나 당시 프랑스와의 전쟁으로 인해 유럽으로부터 식량 수입이 제한되고, 기근 문제가 발생하면서 제대로 된 구빈행정 효과를 가져오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인권의 관점에서 빈민을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스핀햄랜드법(The Speenhamland Act of 1795)

1795년 제정된 이 법은 기존 길버트법에서 좀 더 개선된 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로 임금보조제도(subsistence wages)를 도입하여 빈민들에게 최저생계를 보장해주기 시작했습니다. 즉, 근로능력이 없는 빈민들에게는 최저한의 생계비용을 보장해주고, 현재 근로를 통해 소득이 있지만 최저소득 보다 적게 버는 빈민들의 소득을 최저생계비만큼 보전해주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오늘날 최저생활보장 제도의 모태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제도를 통해 최저생활 기준에 미치지 못한 근로 빈곤층들에게 빵의 가격과 가족 수에 따른 임금을 보조해주었습니다. 많은 수의 근로 빈민들이 이 제도의 혜택을 받기 시작하였고, 생활이 개선되었습니다. 

그러나 부작용도 나타났습니다. 이 제도의 시행으로 노동생산성과 근로의욕이 저하되고, 실업자가 증가하게 되었습니다. 한편 기업주들이 이 제도를 악용하여 열심히 일하던 기존 노동자의 임금 수준까지 국가가 정한 최저생계비 수준까지 낮춰버리는 경우가 발생했습니다. 또한 임금보조를 위한 구빈비용의 상승으로 시민의 세금 부담이 커졌고 결국 신빈민법 탄생의 배경이 되었습니다. 

이 제도는 국가가 최초로 국민의 최저한의 생활을 보장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빈곤이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단위로 해결해야할 사회문제이고, 나아가 국민의 생활이 일정 수준으로 유지가 되어야 한다는 현대적인 사회복지 관점으로 발전이 되었습니다.

 

신빈민법(New Poor Law of 1834)

19세기 초 산업혁명과 맞물려 자본주의의 발달로 도시에는 노동자 계급이 크게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열악한 노동조건, 극도의 저임금, 만성적이고 주기적인 실업, 열악한 위생과 보건 등은 이전과는 질적으로 다른 사회문제를 만들어내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기존의 농촌 부랑자들을 통제하기 위해 제정되었던 빈민법으로는 새로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해졌습니다. 

특히 길버트법과 스핀햄랜드법이 제정되면서 구빈 비용이 가파르게 증가하자 비용 절감을 목표를 새로운 신빈민법이 탄생되게 됩니다. 신빈민법의 특징은 크게 3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첫째, 전국적 균일처우의 원칙(principle of natinal uniformity): 구빈행정의 전국적 통일로 거주지에 상관없이 동등하게 처우한다. 즉, 그동안 지방마다 다르게 구빈행정이 처리되던 것을 국가 단위로 일원화하여 공통적으로 행정 처리를 하겠다는 것입니다.

둘째, 열등처우의 원칙(Principle of less eligibility): 국가의 도움을 받는 빈민들의 처우는 스스로 벌어서 생활하는 최하위 노동자의 생활보다는 열등해야 한다. 이것은 상대적 박탈감과 관련된 원칙입니다. 정부에 도움을 받지 않고 자립하여 생활하는 노동자보다 정부의 지원을 받는 빈민이나 노동자의 생활이 더욱 풍족하다면 그 누구도 근로를 하지 않으려 할 것입니다. 이것은 현대 사회복지에서도 정책을 설계할 때 주요한 관점으로 논의가 됩니다. 

셋째, 작업장 활용의 원칙(principle of workhouse system): 원내구호(indoor relife)원칙으로, 노동 능력자에 대한 원외구호(outdoor relief)를 금지하고, 원외구호는 노약자, 질병자 등의 의료부조와 도제교육에만 인정한다. 이것은 재정지출을 줄이기 위해 복지제도를 일부 후퇴시킨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앞서 길버트법에서는 원외구호를 허용하였지만 재정의 증대를 야기시켰고, 다시 원외구호를 금지시키게 된 것입니다. 

 

여기까지가 엘리자베스 1세부터 시작된 영국의 빈민법 또는 구빈법의 역사적 흐름입니다. 우리가 사회복지정책에서 영국의 빈민법을 배우는 이유는 복지정책 발달과정의 큰 축이기 때문입니다. 영국이 먼저 산업화에 성공함으로써 산업화로 인해 새롭게 발생하는 사회문제에 가장 먼저 직면했습니다. 이후에 산업화가 진행되는 주변 국가나 많은 나라는 이러한 사회문제를 영국이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보고 배우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다른나라가 아닌 영국의 빈민법의 역사는 사회복지정책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주게 됩니다.

앞으로도 이어서 사회복지정책의 역사를 이해하기 쉽게 포스팅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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